홍성용 기자 | 입력 : 2021.07.08 10:39:00 수정 : 2021.07.08 10:39:31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국내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 점유율 80%로 부동의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에 맞서 SK텔레콤이 우버와 손잡고 시장 쪼개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타다 금지법’으로 위기를 겪으며 휘청하던 쏘카는 중고차 판매와 대리운전 등 분야에 야심차게 도전하며 이들만의 리그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안착과 도로 위에서의 빅데이터 활용 등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맞물려 올해 급격한 성장이 관측된다.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교통비는 35만원이고, 현재 매년 84조원의 시장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시장 사이즈 자체도 크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카카오, 티맵-우버(우티), 쏘카 등 본격적인 3강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이들은 각각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의 선두주자로 공고히 하거나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를 꾸려왔다. 과연 국내 모빌리티 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카카오T 위협하는 우티, 첫 달 이용자 1.5배 증가
SK텔레콤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와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의 합작회사 ‘우티(UT)’는 서비스 출시 첫 달 티맵택시보다 나은 성과를 보이며 순항 중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우티 서비스 출시 직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주간 이용자 수는 40만 명대 후반에서 50만 명대 초반을 오갔다. 우티 출시 전 티맵택시 시절 주간 이용자 수가 20만 명대 초반에서 30만 명대 초반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출시 한 달 만에 1.5배 이상 크게 성장한 것이다. UT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서프라이즈 택시 이벤트도 진행하며 화제를 모았다. UT 앱으로 택시를 호출한 고객 중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된 이들에게 테슬라 모델3 차량으로 무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다.
카카오가 이미 선보인 대리운전 중개 서비스 ‘티맵안심대리’도 7월 중 출시한다. 공격적인 조건으로 대리운전 기사 사전 모집을 시작했는데, 출시 직후 3개월 동안은 대리 기사가 티맵모빌리티에 내야 하는 중개 수수료가 없다. 이후부터는 카카오T와 같은 20%로 책정될 예정이며, 대신 보험 보장 금액은 카카오의 2배 수준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우티 유한회사(UT LLC)’가 공식 출범했다. T맵은 지난해 말 기준 1300만여 명의 월간 순활성자 수(MAU)를 보유한 국내 1위 내비게이션이다. 시장점유율만 75%에 달한다. 우버는 전 세계 900여 개 도시에서 공유차량 운영 경험을 축적해 온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다. 국내에서도 올해 1월부터 우버택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T벤티
우티의 최고경영자(CEO)는 톰 화이트 우버 한국총괄이 내정됐다. 톰 화이트 CEO는 2015년 우버에 입사한 이후 호주, 베트남, 일본, 한국에서 사업을 맡으며 글로벌 성장을 주도해왔다. 화이트 우티 CEO는 합작법인 출범과 관련해 “한국 모빌리티 시장의 새 장을 열어서 이용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매우 기쁘다. 우버의 탁월한 기술력과 글로벌 전문성이 티맵모빌리티가 보유한 기사와 뛰어난 지도 서비스와 결합한다면 한국에서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와 혁신을 승객과 기사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우티의 사업 계획에 대해 밝혔다. “초기엔 가맹택시, 고급택시 중심으로 서비스를 전개하겠지만 앞으로 택시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와 이동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약자와 반려동물 동반자, 공항 라운딩·병원 검진·웨딩카 등 장시간 탑승객 등을 위한 전용 택시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도 우티는 렌터카와 차량공유, 대리운전, 주차 등 다양한 운송수단을 구독형으로 묶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차)’ 등 미래차 시장까지 공략한다. 티맵모빌리티의 모회사인 SK텔레콤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선언했다. 향후 5년 내 티맵모빌리티를 연매출 6000억원, 기업가치 4조5000억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앱에서 국내선 항공권 검색, 예매, 발권을 진행할 수 있는 ‘카카오T 항공’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업계 1위 카카오모빌리티, 신규 투자 이끌며 신사업 총력전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가맹택시의 절반 수준인 1만6000대 규모를 차지하며 시장의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를 연이어 유치하며 시장 지배적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힘을 모으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6월 초 글로벌 투자사 TPG컨소시엄과 칼라일그룹으로부터 1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앞서 지난 2월 칼라일그룹에서 2억달러(약 22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투자를 유치하며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3조6000억원이다. 앞서 2017년 카카오에서 분사되면서 텍사스퍼시픽그룹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을 당시 기업가치는 1조6000억원 수준이었는데, 만 4년이 채 되기도 전에 2배로 뛴 셈이다.
지난 4월에는 구글로부터 565억원 규모 전략투자를 유치하며 모빌리티 리그 경쟁을 위한 추가 실탄도 확보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구글과는 단순 투자를 넘어 다양한 사업 기회 창출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당장은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하면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 확보로 시작하지만 차후 각사의 서비스가 시너지 효과를 낼 신규 사업을 추가로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구글과 장기 협력을 통해 글로벌 주요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역량 있는 국내 기업의 혁신 서비스 실현을 돕는 허브 역할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연이어 신규 투자를 이끄는 배경은 단연 국내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우티가 유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티가 성장하기 전에 2800만 명의 카카오T 가입자의 서비스를 공고히 만들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신규 서비스를 위해서는 넉넉한 실탄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칼라일그룹과 구글 등 글로벌 투자사와 기업으로부터 독보적인 모빌리티 업체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합작법인 우티가 SK텔레콤과 우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예정이지 않나. 국내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의 80%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경험이 축적된 기업이 대규모 자본을 들고 시장에 뛰어들면 당해낼 도리가 없다는 점에서 카카오모빌리티도 투자 보폭을 넓힌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확보된 투자금을 기반으로 곧바로 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카카오T벤티’ 사업의 수도권 확대가 대표적인 예다. 9~11인승 대형 승합택시인 카카오T벤티는 현재 서울에서만 운영 중인데, 이를 수도권으로 넓히며 확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현재 500대 수준인 운영 대수도 1만여 대로 확대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6월 초부터 기업들 대상으로 셔틀버스 서비스를 시작하고 서울 강남권과 경기 판교 소재 기업 등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셔틀버스가 보통 단체 여행이나 장거리 행사 참석을 위한 예약에만 국한돼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는 직원들의 출퇴근길 교통수단이 되는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항공권 검색, 예매, 발권 서비스인 ‘카카오 T 항공’도 내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온라인 여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타이드스퀘어와 손잡고 카카오 T 앱에서 국내선 항공권 검색, 예매, 발권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목적지와 도시명만 입력하면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가까운 출발·도착지 공항을 추천해준다. 출발 장소부터 최종 목적지에 이르는 전체 경로에 적합한 이동 수단도 함께 제시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하반기 내 퀵서비스도 시작한다.
현재 라이더인 ‘픽커’를 적극 모집하고 있는데, 픽커의 이동수단으로 오토바이를 포함해 도보와 자전거, 킥보드 등을 모두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 밖에도 이동수단을 넘어선 차량 애프터마켓 시장에도 이미 진출한 상태다. 카카오T 내 2000만 명의 자차 소유자를 위한 ▲세차 ▲정비 ▲전기차 충전 등의 서비스를 출시했다.
타다 라이트
▶유니콘 기업 등극한 쏘카
상장으로 실탄 확보 준비 중
국내 1위 카셰어링 업체 쏘카는 지난해 ‘타다 금지법’으로 인해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사업 축소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주력 사업인 카셰어링 매출 확대로 위기를 금세 벗어났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차량 구독 서비스를 기반으로 매출을 늘리더니 올해는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에 돌입하며 기업공개(IPO)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쏘카가 공개한 지난해 실적에 따르면 주력인 카셰어링 사업 매출은 1850억원에서 2062억원으로 11.4% 증가했다. 카셰어링 구독상품인 ‘쏘카패스’가 누적 가입 40만 건을 돌파하며 1년 사이 매출이 2.7배 증가했고, 한 달 이상 장기 대여 상품인 ‘쏘카 플랜’도 2019년 연말 출시 이후 누적 계약 건수 6000건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1만8000대까지 차량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증차와 함께 보유 차량 중 40% 이상을 신차로 교체할 예정이다. 현재 쏘카는 전국 4000여 개 쏘카존에서 차량 1만4000여 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올해 들어 현재까지 더 뉴 K3 1500대, K5(2021년형) 600대, 쏘렌토(2021년형) 300대, 현대자동차 아반떼 1200대를 포함해 총 3500여 대의 신차 증차를 마쳤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투싼 300대와 기아의 준대형세단 K8 100대를 비롯해 신차 4000여 대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전기차 라인업도 확대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 400대를 7월 이후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쏘카는 지난해 10월 출시한 가맹택시 ‘타다 라이트’와 대리운전 서비스 ‘타다 대리’, 중고차 판매 플랫폼 ‘캐스팅’ 등에 에너지를 더욱 쏟을 예정이다.
글로벌 차량공유 기업 ‘우버’와 SK텔레콤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의 합작회사 ‘우티(UT)’
이 세 사업 모두 신규인 데다 가맹택시나 대리운전은 카카오모빌리티, 우티 등과 사업 영역이 겹친다. 이 때문에 상장을 통해 추가 실탄을 확보하면서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 3곳 모빌리티 기업의 목표는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탈것에 대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스톱 교통시스템’ 생태계를 이룩하는 것이다. 이른바 ‘마스(MaaS)’ 생태계인데,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T’ 앱이 대표적으로 마스 생태계에 근접한 앱으로 꼽힌다. 앱을 켜면 택시, 블랙, 바이크, 대리, 주차, 카풀, 내비게이션, 셔틀, 시외버스, 기차까지 모든 교통시스템을 앱 하나로 이용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시작한 ‘카카오 T 항공’ 서비스에서 마스 생태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카카오 T 항공은 출발·도착지 공항 추천과 함께 출발 장소부터 최종 목적지에 이르는 전체 경로에 적합한 이동수단도 제시해 준다. 예를 들어 김포공항에서 제주도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출발지에서 김포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필요한 시외버스 정보와 택시 호출, 카카오내비 길 안내, 카카오 T에서 자동정산이 되는 김포공항 주차장 정보, 기차 예매까지 모든 정보를 한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들 서비스 몇 개를 구독 모델로 묶어 상품을 만들어 내면 매달 일정 요금만 지불하고 해당 서비스를 모두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그림도 그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은 초창기에는 비용을 많이 들여서라도 과감한 투자로 소비자를 적극 유치하려고 할 것이다. 우티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1만원짜리 쿠폰 서비스를 전방위에서 확대한 것이 예다. 특히 택시 사업뿐 아니라 모빌리티와 관련한 전후방 사업을 모두 선점하면서 마스 생태계를 빨리 일궈내는 자가 모빌리티 대전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빌리티 기업의 중요성은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 진가를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미래 10년을 내다본 사업 고도화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5년 늦어도 10년 안에 운전기사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버스가 등장하는 등 대중교통의 영역에서도 본격적인 자율주행의 시대가 열린다. 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모빌리티 기업의 선점 경쟁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홍성용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0호 (2021년 7월) 기사입니다]
Comments